문헌정보학 학사 타전공을 마치며 feat. 은전 한 닢

2022. 2. 4. 22:27학점은행제 문헌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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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광화문 국가평생교육원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학생 하나가 국평원에서 떨리는 손으로 학사 학위증명서를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학위증명서가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국평원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국평원 직원은 학생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학위증을 두들겨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학위증명서를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교육지원청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학위증명서를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학사로 된 학위증명서이오니까? " 하고 묻는다.
교육청 직원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학위증명서를 어디서 위조했어?"

학생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귀중한 학위증명서를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펄럭이는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학생은 손을 내밀었다. 교육청 사람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학위증명서가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학위증명서를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학위증명서를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학점을 많이 퍼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교안을 컨닝한 것이 아닙니다. 대리시험 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3학점을 냅다 줍니까? 과락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레포트월드에 내 과제 주제 하나도 백에 하나 찾기 쉽지 않습니다. 나는 이 평교원 저 사이버대에서 중간고사 기말고사로 얻은 점수로 3학점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학점 18학점으로 1학기 학점인정 신청을 하였습니다. 이러기를 세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학사 학위' 하나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학위증명서를 얻느라고 세 학기나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학위증명서를 만들었단 말이오? 그 학위증명서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교대원에 가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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